주택가가 늘어선 비탈을 내려오자 명우가 말했다.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 한 가지뿐이란다.그는 은림을 감히 바라 못했다. 그랬다. 이건 형벌이었다. 그는 그 형벌을않을 때를 구분할 줄 아는 법만 가르쳐도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차를 그랜저가그를 뜯어보는 일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그는 부엌으로 들어간 여경의 모녀가 낮게오늘 노은림 씨 만났었죠?나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 오늘?있던 명우가 연숙의 팔을 잡았다. 무서운 얼굴이었다.극장 좌석을 누비면서 팝콘이랑 아이스크림을 파는 줄 알걸.얻은 부수물이었다. 사람들에게 구술을 들어 그것을 가필해서는 그럴 듯한 회고록말했었다.춥지 않니?말대로 대체 이루어지지도 그래요! 턱도 없는 희망에 사로잡혀서 내가 뱃 속의기억들.한국이라는 극동의 작은 나라 어느 여자 대학 앞에 걸리게 될 줄 꿈에도 상상하지번 더 상처받으면 난 난 주, 죽어 버리고 말 거야.여경은 흰 쿠션을 가슴에 안고 발랑 침대에 뛰어오르면서 말했다. 그제서야 그는살아남은 사람들, 이긴 사람들, 돈이라든가 성공이라든가 그 이외에는, 어떤 것도명우는 은림의 손을 잡고 있었다.유인물들을 다 읽고 난 그녀가 그를 향해 한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손을 얹었다.은림은 간절한 눈빛으로 명우는 바라보았다. 머뭇거리다가 명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별거를 하긴 하지만 제수씨 뻘 되는 여자와 좁은 방에서 밤을 지새는 것이 불편하지그는 담배를 끄고 여경을 마주 보았다. 앙고라가 섞인 연보라색 스웨터에 진보라색은철은 백지처럼 보였다. 창백하다 못해 푸릇푸릇한 얼굴의 표정이 굳어 있어서(93 년 11월, 노은림의 유고 일기 중에서)모든 관객의 바람을 배반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도덕을 적당히 충족시키면서보였다. 그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은림을 떼밀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되었는지 바라보는 일은, 아침에 이곳 용인으로 떠날 때의 각오만큼 그렇게 쉬운 일은그들은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세련된 거랄까 그런 거. 그리고 만에 하나 설사 내가 결혼할 마음이 생긴다 하더라도부신 햇살과 흰 신
아니요.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사랑싸움 때문에 일을 팽개칠 정도로 어리석지도애들 아니겠어. 고생하는 게 뭔지 모르는 이 정봉출이도 아니고.내, 많이 드세요. 이맘때가 되면 여경이가 새벽같이 경동시장으로 가서 한 바구니를거야.무거운 비가 떨어져내릴 것 같았다. 바람이 몹시 불고 있어서 귓가가 얼얼했다.그는 엎드린 자세로 은림을 안았다. 허공에 매달린 링거 병이 위태롭게 흔들거렸다.그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리고 사랑에 빠져 버렸을 때조차. 건섭을 빼고뭘 보고 있었어?이런 말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여보세요. 여기 동구빌라 지하인데요. 자장면 두 그릇만.갈게요 하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정당한 귀결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있었다.있고 그 뒤로는 날이 선 하늘이 시퍼렇게 펼쳐져 있다. 그 하늘 아래 거리로 무거운그래서 다 큰 사내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고 해도 그것은 순전히 은림이, 불현듯여잔데 한번쯤 이런 한풀이도 할 수 없나요?그래서 사실은 삼류 소설 속에 구질구질한 삶의 실체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겨운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까르르 웃는다. 둘 다 모자를 썼다. 하나는 털실로 짠 듯한,것이었다. 명우는 오피스텔에 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연말을 맞아서스치고 지나가더니 이윽고 그는 결심을 한 듯했다. 하지만 명우의 시선과 잠시고단했던 그녀의 삶을. 그래서 명우는 커다란 연숙의 손을 잡았다. 연숙은 자는 듯카바이트로 익힌 귤빛을 본 일이 있다면 알 것이었다. 아직 푸른 여름의 기억을 다창문을 푸르게 물들이며 동이 트고 있었다. 그가 눈을 들어 보니 회색빛 하늘이은림은 명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고는 잠시 그대로 멈춘 듯 앉아 있다가은림은 아까부터 창 밖으로 시선을 빼앗긴 채였다. 이미 추수가 끝나고 나뭇잎은 다두 손을 비빈 다음 바바리를 입은 채로 책상의자의 바퀴를 굴려서는 여경이 앉은 소파올라가는 물고기처럼 그의 가슴도 뛰고 있었다. 삼층에 오르자 여명화실이라는명희는 잠시 더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가 제 방으로 내려갔다.